K-선한영향력, 나눔으로 세상을 잇다
공적 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민간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을까. 굿네이버스는 지난 35년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발굴하고, 생계부터 정서·자립까지 이어지는 ‘맞춤형 통합 지원’을 구축해 왔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전환된 한국 사회. 이 변화의 과정에는 해외 원조단체가 철수하던 시기,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출발한 민간단체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1991년 설립된 굿네이버스는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서 아동 권리 보호와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글로벌 NGO로 성장했다. 국내 아동복지의 흐름과 굿네이버스의 역할을 짚어본다.

굿네이버스는 결식아동을 대상으로 식사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원 받은 아동이 그린 그림. (굿네이버스 제공)
은규(가명·11)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었고, 어머니는 유방암 치료 중이었다. 먹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였지만, 은규에게 먼저 익숙해진 건 ‘참는 일’이었다.
굿네이버스는 은규가 처한 환경 전반을 바꾸는데 초점을 맞춘 지원을 시작했다. 부모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 학원비와 학용품, 의류와 식료품까지 생활 전반에 걸친 지원이 이어졌다.
은규는 “이제 라면만 먹지 않아도 된다”며 “친구들처럼 영어 학원을 다니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굿네이버스의 국내사업은 단순 지원을 넘어 교육, 의료, 주거, 심리상담까지 연결하는 ‘맞춤형 통합 복지 서비스’가 목적이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학기가 시작하는 봄과 가을에는 교육기관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정 아동을 추천받아 ‘희망장학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돌봄 공백이나 보호자의 부재로 방학 중 주말을 혼자 보내야 하는 결식 아동에게는 식사를 지원하는 등 생계 지원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아동 가정으로 건강한 도시락과 식료품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7638명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1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굿네이버스는 저소득가정 아동이 진로를 탐색 할 수 있도록 꿈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하반기에는 꿈지원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가정 아동이 다양한 직업군을 접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자원봉사자를 연계해 취약계층 아동의 경험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동의 자아효능감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아동권리 인식 부족했던 시대…굿네이버스, 제도 변화 이끌다
굿네이버스는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선제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며 흐름을 이끌어 왔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굿네이버스는 민간단체 최초로 아동보호 시스템 필요성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대국민 서명운동과 정책 제언을 통해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에도 기여했다.

외환위기 당시 방학 중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굿네이버스 ‘희망나눔학교 방학교실’ (굿네이버스 제공)
외환위기 당시 결식과 방임 문제가 확산되자, 방학 중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위한 ‘희망나눔학교’를 운영했다. 학교라는 공간을 활용해 식사와 체험 활동,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에는 대한민국 ‘휴먼네트워크상’을 수상했다.
굿네이버스는 2015년 아동권리연구소를 설립하고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우리 사회 아동의 권리 수준과 환경을 객관적인 수치로 진단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굿네이버스 사업의 방향과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가 보다 실효성 있는 아동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되는 핵심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
● 아동 마음건강 악화·도박 저연령화…사회 변화에 대응한 교육 확대
굿네이버스는 세계시민교육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은 ‘희망편지쓰기대회’다. 이 대회는 아이들이 지구촌 이웃의 삶을 돌아보고, 나눔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기획됐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희망편지쓰기대회에는 지난해까지 전국 6만 5955개 학교에서 3521만 3567명이 참여했다. 현재는 대한민국 대표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아동과 청소년 대상 사회개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기관 중심으로 확대한 결과, 2012년부터 총 6회 ’대한민국 교육기부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NGO 최초로 ‘교육기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굿네이버스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음건강증진교육 ‘내 마음을 피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최근에는 아동의 ‘마음 건강’ 문제까지 대응 범위를 넓혔다. 코로나19 이후 아동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증가했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감정표현과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내 마음을 피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난해 총 371개교에서 4만 834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사회정서 역량을 키우는 데 앞장섰다.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자살 위험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에 대응한 조치다. 굿네이버스는 ‘생명우체국’과 ‘생명의 나침반’ 등 대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자살예방교육 운영위원회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교육은 보드게임 형식으로 진행된다. 참여 학생들은 자신과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자살 위험 신호를 인식하는 방법을 배운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생 약 10만 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굿네이버스 도박문제예방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아동 (굿네이버스 제공)
청소년 도박 문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54%가 도박 홍보물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고, 첫 경험 연령은 평균 12.5세로 나타났다.
굿네이버스는 이에 대응해 도박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상담·지원으로 연계하는 예방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동·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 콘텐츠를 보급하고, 인식 개선 캠페인도 병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공모전 등을 통해 약 554만 명에게 도박 문제 예방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올해는 연구와 포럼을 통해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굿네이버스 권민정 세계시민교육센터장은 “건강한 미래를 위해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 정서 역량 함양을 위한 예방적 교육은 필수적”이라며,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사회정서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지원 넘어 예방으로…굿네이버스, 미래세대 성장에 초첨
굿네이버스는 지난 35년 동안 공적 복지체계가 미처 닿지 못하는 영역을 민간의 역할로 보완해 왔다. 현장을 기반으로 아동의 필요를 직접 확인하고, 교육기관과 지역사회,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 왔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아동이 겪는 복합적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는 예방 중심 구조로 확장됐다. 이에 따라 생계와 돌봄을 넘어 심리·정서, 관계, 자립까지 아동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맞춤형 통합 지원 체계가 구축됐다.

굿네이버스 위기가정지원사업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발굴하고, 맞춤형 통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굿네이버스 제공)
또 굿네이버스는 아동을 둘러싼 사회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
사회개발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아동의 생애주기에 맞춘 참여형 교육을 통해, 공감적 소통 능력과 사회정서 역량을 갖춘 세계시민으로의 성장을 돕고 있다.
전미선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은 “인간 고유의 사회정서적 공감 능력과 윤리적 판단, 공동체 의식 등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단 한 명의 아동도 소외됨 없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통합적이고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제 목 : “라면만 먹던 아이가 바뀌었다”…아동의 삶을 바꾼 굿네이버스 ‘통합 지원’
○ 매 체 : 동아닷컴
○ 일 시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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